2009년 9월 1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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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용의 시승기] BMW 뉴7시리즈…시대를 뛰어넘다

▶ BMW 7시리즈 시승화보
기존 7시리즈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때는 충격이 대단했다. 당시 BMW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뱅글(Christopher Edward Bangle)의 디자인은 혼자만의 세계를 만든듯해서 공감이 쉽지 않았다.

2001년부터 적용된 BMW의 iDrive도 디자인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이용이 불편하다는 평이었다. 심지어 이 시스템은 불안정한 운영체제 Windows CE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운행중 다운되거나 재부팅 되는 경우도 있었다.

수년 후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 등 독일 유명 브랜드들에서 BMW의 시스템과 디자인을 추종했다는 것을 보면 BMW가 시대를 앞서갔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당시 평가는 혹독했다. 특히 뒷모습은 일상적인 자동차의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났기 때문에 BMW 팬들은 '뱅글 엉덩이(Bangle's ass)'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이번 새로 등장한 5세대 7시리즈 (개발코드명 F01/F02)는 모험 대신 안정을 택했다. 디자인을 침착하게 가다듬은 반면 BMW의 개성을 적재적소에 덧입혔다. BMW 특유의 날렵한 헤드램프나 날카로운 사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등 다른 BMW 모델들과의 공통점으로 인해 친근하다. 반면 최첨단 기술을 대거 도입, 보수적인 쪽은 물론 진취적인 소비자도 모두 만족시키려는 전략이다.

이번 시승한 차는 BMW 뉴750Li다. BMW의 차 이름에서 L이 붙으면 롱휠베이스, 즉 축거가 길어 뒷좌석 공간이 넓게 만들어진 차라는 의미다. 이번의 L 모델은 길이가 길어졌을 뿐 아니라 뒷좌석 루프를 변경해 머리위 공간도 10mm가량 높였다.

750Li는 5.0리터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4.4리터 V8 엔진이 장착된 차다. 740i는 3.0리터 직렬6기통 트윈터보를 장착해 326마력을 낸다.

■ 실내는 첨단 전자장비의 총집합

실내에 들어서니 당황스럽다. 계기반에 응당 있어야 할 속도계가 보이지 않는다.

엔진 시동 버튼을 누르니 그제야 까맣던 계기반에 글씨가 눈금이 나타난다. 속도계와 타코미터의 주변은 빈틈없이 LCD화면이 채워져 있어 화려한 각종 정보가 가득했다. 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계기반 안에서 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도 있도록 했다.

시선이 계기반을 벗어나지 않고도 많은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한 점이 기발하게 여겨졌다. 앞유리에는 속도와 내비게이션 등 주요 정보가 비춰져 안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오디오 등 운전자가 조작해야 하는 버튼들이 운전자측으로 기울어있는 것도 모두 운전자를 위한 배려다.

분위기도 일신했다. 기존 7시리즈가 다이나믹함을 강조하는 대신 고급스러움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차는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의 고급스러움을 갖췄다.



운전석 오른쪽에 위치해 오디오나 내비게이션, 전화, 차량 설정등을 모두 컨트롤 할 수 있는 만능 조절레버 iDrive는 기존에 비해 7개의 버튼을 더해 보지 않고도 원하는 기능을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이 약간 복잡해진 대신 좀 더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됐다.

대시보드에 위치한 10.2인치 모니터는 현재 양산 차량에 내장된 LCD 창중 가장 큰 것으로 보다 많은 정보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었다.

나이트뷰 기능을 작동시키니 열감지 적외선 카메라가 차량 앞쪽의 영상을 보여줬다. 깜깜한 곳에서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도 다닐 수 있을만하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달리 대낮에도 작동할 수 있으며 열을 이용한 영상이므로 사람은 흰색으로, 나머지는 어두운 색으로 나타난다. 밤에는 '사람인식' 기능을 통해 사람은 노란색으로 나오도록 돼 있다.



LCD창을 통해 차량 취급설명서도 볼 수 있게 돼 있다. 첨단 기능은 동영상을 동원해 설명된다.

뒷좌석은 어지간한 가정 응접실보다 쾌적하다. 소파는 뒤로 넉넉하게 기울어지고 18개의 풍선이 내장된 안마기능이 있다. 좌석은 철저히 개별적이다. 왼쪽 좌석에 앉은 사람이 뒷좌석 전용 DVD플레이어로 영화를 보는 동안 오른쪽에서는 별도의 화면과 적외선 이어폰을 통해 TV를 시청하거나 다른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좌우 독립형 에어컨이 내장됐고 여름철을 대비해 천정에도 별도의 에어컨이 내장됐다. 시트에는 열선과 동시에 환풍 장치도 내장돼 있다.



■ 주행성능…더 편안하게, 때로는 더 스포티하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니 "붕!" 하는 소리가 경쾌하다. 고급세단이라기보다 스포츠카의 시동 느낌이다. 서서히 출발해 보는데 이번엔 엔진 소리를 느낄 수 없다. 속도는 시속 100km를 넘고 있지만 손목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어지간한 운전에서는 엔진 회전수(RPM)가 2000RPM을 넘지 않도록 셋팅돼 있다. 또 창문을 이중으로 하고 그 사이에 소음 차폐 필름을 넣는 등 방음에도 신경쓴 탓이다.

보닛, 앞 휀더는 물론 루프와 도어까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가볍고 단단해졌다. 새롭게 개발한 엔진, 신형 iDrive, 다이내믹 댐핑 컨트롤 등의 기술도 놀랍다.

다이나믹 드라이브 컨트롤을 내장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변속기 왼편에 위치한 버튼을 두번 눌러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선택하니 엔진이 갑자기 거칠어지며 핸들도 날카로워졌다. 엑셀을 조금만 밟았는데도 차가 튀어나가는 듯 했다. 차체자세안정장치(DSC)도 제한적으로만 동작하는지 타이어가 바닥에 미끄러지며 휠스핀을 일으켰다. 영락없이 거친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느낌이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운전 실력을 충분히 갖춘 운전자가 사용해야 할 모드다.

다이나믹 드라이브 컨트롤은 버튼을 누르는 것에 따라 쇼크업소버의 감쇄력, 엑셀 조작에 대한 응답, 시프트프로그램 등은 물론 스티어링의 반응까지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버튼을 누르면 컴포트, 노멀,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등 4단계로 변경된다.

테스트 도로에서 엑셀을 끝까지 밟으니 속도계 바늘이 별 무리없이 시속 260km까지 표시된 눈금에 올라 붙었다. 속도계가 여기까지 밖에 없는 점이 이 차의 아쉬운 점이다.

가속을 할 수록 트윈터보와 직분사 V8엔진이 내는 기분 좋은 사운드가 난다. 완전 알루미늄을 채택한 4.4리터 407마력에 토크가 무려 61.2kg·m로 760Li 의 6.0리터 V12엔진과 토크가 같고 마력은 미세하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중형차에 비해 300kg정도 무거운 1980kg이라는 무게는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달리던 중 차선을 벗어나니 핸들이 진동해 졸음운전을 경고했다. 국내도 차선을 벗어나면 알람을 내는 차들이 일부 있는데, 이 차의 경우는 그와 상당히 달랐다. 차선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알람을 냈지만, 차선으로 들어오는 경우, 깜박이를 켜는 경우,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차선을 넘는 경우는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해 핸들이 진동하지 않았다.



■ 이렇게 도는 코너링도 있던가

서스펜션 구조는 BMW 특유의 스트럿방식을 버리고 더블위시본을 선택했다. 뒷편은 5링크로 에어서스펜션이 내장돼 있다. 그러나 높이를 운전자가 조절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유턴을 하려고 무심코 핸들을 돌리다 깜짝 놀랐다. 5.2미터가 넘는 차체가 2차선 도로를 한번에 여유있게 돌아나왔기 때문이다.

새로 개발된 '인테그랄 엑티브 스티어링(Integral Active Steering)'이 장착된 덕이다.

이 장비는 저속에서 핸들을 약간만 돌려도 차체가 많이 회전되도록 설계 돼 있다. 때문에 주차할때나 골목길을 다닐때도 핸들을 분주하게 돌릴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심지어 뒷바퀴는 핸들을 돌리는 반대방향으로 최대 3도가량 꺽여 최소회전반경이 70cm 가량 작아졌다.

고속도로에서 차를 달리니 움직임이 전혀 달라진다. 핸들을 어느정도 돌려도 차체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또 뒷바퀴도 반대로 핸들 돌리는 방향으로 꺽여 옆차선으로 이동할때 안정감이 있었다.

■ 7시리즈 시승을 해보니

짧게나마 시승해본 750Li는 현존하는 최고의 차 반열에 서는데 손색이 없어보였다. 740Li는 335i에도 장착되는 직렬6기통엔진을 장착해 고속주행시 사운드가 약간 가볍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이번에 출시된 7시리즈는 유럽 모델의 최첨단 옵션이 모두 적용된 것은 아니다. 인터넷 검색 기능 등 몇가지 편의사양이 빠졌다. 또, 카메라를 통해 도로 속도제한 표지판을 인식하고 표시해주는 기능, 레이더 주파수를 이용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장애물이 갑자기 가까워질때 약간의 브레이킹만으로도 스스로 정지하는 브레이크 보조 기능 등이 도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쟁 업체들도 최고급 차량에 이런 옵션을 제외한 것은 마찬가지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이 차는 어떤차와도 경쟁하지 않는 최고의 럭셔리 세단"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차를 만든 독일 BMW 본사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렉서스 LS460 등 경쟁차종들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

경쟁차종 S500L(388마력,무게 2080kg,전장 5206mm)이나 LS460(380마력 ,2050kg,전장 5150 mm) 에 비해 주요 사양이 약간씩 뛰어나기 때문이다.

가격은 메르세데스-벤츠 S500L이 2억660만원, LS 460L이 1억6300만원인데 뉴 750Li는 1억8000만원, 뉴 740Li는 1억4600만원이다.

길이5212mm×높이1902mm×너비1478mm, 축거 3210mm, 공차중량=1980kg, 구동 방식=FR, 엔진=4.4리터V형8기통DOHC 407마력@5500-6400rpm, 61.2kg-m/1750-4500rpm, 트랜스미션=6단자동

▶ BMW 7시리즈 시승화보

<김한용기자 whynot@khan.co.kr>


입력 : 수정 : 2008-12-16 16: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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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car.khan.co.kr/kh_car/khan_art_view.html?artid=200812161643341&code=9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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